D6.0피에몬테시는 상당히 인디 감성의 피아니즘을 보여줬다. 개성적인 프레이징이 돋보였고 솔로로는 설득력이 있었으나, 협연자로는 그만큼 다가오지 않았다. 이색적인 라흐 3번이 싫진 않지만 오케스트라와 박자와 해석이 계속 엇나가서 불편했다. 한 프레이즈 안에서도 박자의 밀고 당김이 과하고 버리는 소리가 많았으며, 테누토로 끌고 가는 멜로디가 오케스트라와 어긋났다. 해석의 윤곽이 또렷한 노트와 아고긱이 강한 피에몬테시, 두 개성이 끝내 합의점을 못 찾은 결과일까. 차라리 피에몬테시가 드뷔시나 라벨을 연주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차이콥스키 3번 "폴란드"는 곡 자체의 기승전결은 다소 밋밋하다. 4번 이후 차이콥스키 특유의 운명적 드라마투르기가 본격화되기 전 작품이라, 서사적 긴장보다는 색채와 우아함, 궁정적 화려함으로 승부하는 곡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차이콥스키의 매력은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발레와 궁정음악이 연상되는 우아함에 빠져들 수 있고, 클라이막스가 주는 카타르시스도 있었다.
이 곡은 7개 교향곡 중 유일한 5악장 구성으로, 전체적으로 모음곡/디베르티멘토에 가까운 성격을 띤다. 각 악장마다 특정 악기군에 캐릭터를 부여하는 실험적 면모가 강한데, 그래서인지 차이콥스키가 목관·금관 중심으로 다양한 실험을 한 게 아닐까 싶었다. 관악기의 멜로디가 1~4악장 내내 감초처럼 이어지고 주선율도 전달한다. 발레가 연상된 것도 우연은 아닌데, 작곡 당시 차이콥스키는 백조의 호수를 함께 쓰고 있었고 3번의 무곡적 리듬감이 그 분위기와 맞닿아 있다.
이날 바순, 오보에, 바순, 플룻, 클라리넷 다 너무 좋았고 트럼펫도 좋았다. 관악이 전면에 나서는 이 곡에서 서울시향 관악 섹션의 기량이 제대로 드러난 무대였다. 외국 객원 초대 없이 한국인 구성으로 이 정도 관악을 들을 수 있는 날이 오다니. 감개무량!
조너선 노트는 확실히 차이콥스키에 어울리는 지휘자였다. 본래 말러나 20세기 레퍼토리, 구조를 투명하게 드러내는 분석적 해석으로 유명한 지휘자인데, 그 또렷한 색채 감각과 텍스처가 오히려 3번처럼 관악 색채와 디베르티멘토적 면모가 강한 곡에 잘 맞은 듯!
서곡 론타노는 현대곡이고 편한 멜로디와 화음만 있는 것은 아니었는데 묘하게 현을 위한 세레나데 처럼 우하하게 소리가 쌓이고 전개되는 매력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