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12월 공연 소식
이 글의 공연 · 연주자
매월 공연을 빠짐없이 챙기다보니, 이제는 계절의 흐름이 공연장의 라인업으로 먼저 다가오곤 합니다. 매달 휴식과 에너지를 채워 줄 공연을 기다리며 보내는 한 해는 꽤 근사한 여정입니다. 그래서 월별로 올해 놓치지 말아야 할 공연들을 엄선했습니다. 클래식의 울림부터 화려한 뮤지컬, 우아한 발레까지. 이 가이드가 여러분의 달력을 풍성하게 채워주는 길라잡이가 되기를 바랍니다.
5월 : 이혁 & 이효 듀오 리사이틀
5/24(일) 5:00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올해 필자가 주목하는 무대 중 하나는 이혁, 이효 형제의 듀오 리사이틀입니다. 2025 쇼팽 콩쿠르에서 형제가 나란히 본선 3라운드에 진출하며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던 만큼, 이들의 호흡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네덜란드에 세계적인 형제 피아니스트 루카스 유센과 아르투르 유센이 있다면, 한국에는 이혁과 이효가 있습니다. 유센 형제는 모차르트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처럼 듀오만이 소화할 수 있는 레퍼토리로 전 세계 무대를 누비며, 마치 한 몸처럼 움직이는 완벽한 호흡을 선보이기로 유명합니다. 필자 역시 과거 서울시향과의 협업 무대에서 유센 형제를 처음 접한 뒤, 내한 때마다 반드시 챙겨보는 팬이 되었습니다. 이혁, 이효 형제의 등장은 한국에도 그들만큼 매력적인 형제 피아노 듀오가 생길 것이라는 기분 좋은 기대감을 줍니다. 듀오 피아니스트만이 선사할 수 있는 클래식의 입체적인 매력과 함께 5월의 봄을 만나보시기를 추천합니다.
6월 : 레이첸 바이올린 리사이틀
- 6/4(목) 7:30 롯데콘서트홀
6월에는 바이올리니스트 레이첸이 한국을 찾습니다. 레이첸은 한국에 대한 각별한 애정으로 거의 매년 서울에서 리사이틀을 열고 있는데, 매해 돌아오는 무대임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추천 리스트에 올릴 만큼 만족도가 높은 아티스트입니다. 필자 또한 그의 리사이틀을 거의 매년 빼놓지 않고 관람하고 있습니다. 레이첸은 데뷔 초반 파워풀하고 화려한 기교로 스타성을 뽐냈다면, 해가 거듭될수록 서정적인 감수성까지 완숙해지며 깊이 있는 음악가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그의 압도적인 테크닉은 클래식이 낯선 입문자들도 순식간에 음악에 몰입하게 만들며, 더욱 깊어진 해석은 오랜 클래식 팬들의 까다로운 취향까지 충족시킵니다. 초여름의 열기가 시작되는 6월. 1714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 ‘돌핀’을 연주하는 것으로도 유명한 레이첸을 만나보시길 강력히 추천합니다.
7월 : 미하엘 잔데를링 & 루체른 심포니
- 7/1(수) 7:30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 협연 : 한재민(첼로)
스위스 루체른에는 세계적인 건축가 장 누벨이 설계한 ‘루체른 문화 컨벤션 센터(KKL 루체른)’가 있습니다. 그리고 루체른 심포니는 바로 이 공간에 상주하는, 스위스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명문 오케스트라입니다. 과거 유럽 여행 중 루체른에 들렀을 때 KKL 루체른에서 루체른 심포니의 연주를 직관할 기회를 놓쳤던 아쉬움 때문인지, 내한 소식이 들릴 때면 더욱 애착을 가지고 챙겨보게 됩니다. 21/22 시즌부터 루체른 심포니를 이끌고 있는 미하일 잔데를링은 특히 후기 낭만파 레퍼토리에 강점을 보이며 악단의 색채를 더욱 풍성하게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공연에서는 한국 첼로계의 유망주 한재민이 협연자로 나서 엘가의 ‘첼로 협주곡’을 연주할 예정입니다. 엘가 역시 후기 낭만파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곡가인 만큼, 잔데를링의 지휘와 한재민의 연주가 어떤 시너지를 낼지 벌써부터 기대가 큽니다. 7월, 스위스의 명문 악단과 첼리스트 한재민을 동시에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8월 : 뮤지컬 ‘프로즌 (Frozen)’
- 8월 개막 예정, 샤롯데씨어터
가장 뜨거운 여름, 우리를 가장 시원한 뮤지컬 ‘프로즌’이 드디어 한국에 상륙합니다.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킨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을 무대 위로 옮겨온 작품입니다. 사실 원작 애니메이션의 완성도가 워낙 높다 보니, 처음 뮤지컬 제작 소식을 들었을 때는 "이미 영상으로 완벽한 작품을 굳이 무대에서 다시 볼 필요가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작년 연말, 싱가포르에서 디즈니의 ‘미녀와 야수’ 오리지널 팀 공연을 관람한 후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디즈니 답다고 해야할지. 단순한 재현을 넘어, 라이브 무대로만 전달되는 감동과 경험을 뮤지컬로 선사하기 때문입니다. ‘겨울왕국’의 압도적인 빙벽과 눈보라, 엘사의 마법이 무대 위에서 어떻게 시각적으로 구현될지 벌써부터 궁금합니다. "어린이들을 위한 공연"이라는 생각을 잠시 내려놓고, 티켓팅 전쟁에 참전하시길 추천합니다.
9월 : 루돌프 부흐빈더 모차르트 협주곡 프로젝트
- 날짜 : 9/17(목) 7:30, 9/20(일) 5:00
-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루돌프 부흐빈더는 올해 초 서울시향과의 신년음악회로도 한국을 찾았는데, 9월에 또 한번 내한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어 운이 좋습니다. 클래식이 아직 낯선 분들도 ‘모차르트’라는 이름은 친숙하고 익숙한 선율도 꽤 있을 겁니다. 만약 클래식이 아직 낯선 분이 올해 예매를 고민 중이라면 이 공연을 추천합니다. 특히 올해 80세를 맞이한 이 시대 최고의 거장이 보여줄 연륜 깊은 모차르트 협주곡이라 더 기대가 됩니다. 오케스트라는 루체른 페스티벌 스트링스가 함께 하며, 루돌프 부흐빈더가 협연자이자 직접 지휘자로도 나섭니다. 협엽자가 직접 오케스트라를 지휘할 때 느낄 수 있는 찰떡궁합의 일체감도 이번 공연의 관람 포인트입니다.
10월 : 국립발레단 ‘지젤’
- 10/13(화) ~ 10/18(일) 평일 7:30 / 토 2:00, 6:30 / 일 2:00
-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사랑하는 이에게 느낀 배신감과 아련한 슬픔을 간직한 ‘지젤’의 정서는 제법 가을의 낙엽과 어울립니다. 국립발레단이 2년 연속으로 ‘지젤’을 레퍼토리로 올리는 경우가 흔치 않은데, 작년에 이어 올해도 ‘지젤’이 레퍼토리로 선정된 것은 그만큼 대중의 사랑이 뜨겁다는 증거일 것입니다. 이번 공연을 예매하신다면 알브레히트 역으로 수석 무용수 ‘허서명’의 회차를 선택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발레의 안무가 다 같아보여도 발레 또한 캐스팅에 따라 극의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집니다. 약혼녀가 있음에도 지젤과 사랑에 빠지는 알브레히트 역은 자칫 관객의 원망을 사기 쉽지만, 허서명은 탁월한 테크닉에 깊은 연기력을 더해 지젤을 진실로 사랑하는 알브레히트 서사를 완성합니다. 그래서 보통 지젤에 대한 연민으로 끝날 수 있는 엔딩을 넘어 두 사람의 사랑을 응원하고 싶은 감동을 맛볼 수 있습니다.
11월 :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 마린 알솝
- 11/7(토) 5:00, 11/8(일) 5:00
-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 협연 : 임윤찬(피아노, 11/8)
1900년에 창립된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는 소위 ‘미국 5대 오케스트라(Big Five)’로 손꼽히는 명문 악단입니다. 미국 오케스트라가 유럽 오케스트라들에 비해 내한 빈도가 적은 만큼, 한국을 찾을 때 기회를 놓치지 말고 관람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유럽 악단과는 확실히 다른 소리를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이번 내한 무대가 더욱 기다려지는 이유는 지휘자 마린 알솝과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재회 때문입니다. 마린 알솝은 2022년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무대를 지휘하며 임윤찬이 우승하는 순간을 함께했던 지휘자입니다. 두 거장은 이번 공연에서 당시의 감동을 재현하듯, 콩쿠르 결선곡이었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다시 한번 들려줄 계획입니다. 부디 오버도즈 독자분들 중 누군가 이 치열한 티켓팅에 성공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12월 : 예술의전당 제야음악회
- 날짜 : 12/31(목) 9:30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026년 한 해의 마무리를 음악과 함께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매년 12월 31일에는 예술의전당에서 제야음악회가 열립니다. 일반적인 공연보다 훨씬 늦은 밤 9시 30분에 시작하고, 공연이 끝나면 곧바로 야외광장에서 새해 카운트다운과 불꽃놀이가 이어지는 특별한 공연입니다. 제야음악회를 처음 갔을 때 불꽃놀이의 완성도가 높아서 감탄했던 기억이 납니다. 공연의 여운, 카운트다운의 열기 그리고 새해에 대한 소망을 밤하늘로 불꽃으로 터뜨리며 벅찬 새해를 맞이하기에 최고의 공연입니다. 필자 역시 매년 연말이면 제야음악회를 꼭 예매했는데, 지난 연말에는 여행일정으로 아쉽게 자리를 비웠던 터라 올해의 제야음악회가 유독 더 기다려집니다. 한 해를 보내는 마음과 새해를 맞는 설렘이 공존하는 순간의 공연을 여러분들도 경험해보시기를 추천합니다.